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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글

광복 79주년, 기적 끝나게 해선 안 된다

by bluegull 2024. 8. 16.

광복 79주년, 기적 끝나게 해선 안 된다

 

 

광복과 건국 이래 대한민국이 성취한 것은 한마디로 기적 중의 기적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은 기본적으로 불굴의 정신을 가진 국민과 국가 지도자들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이다.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면 매 순간 알 수 없는 기적의 연속이었다. 해방 후 국토분단의 와중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 해방 후 좌파 공산주의가 우세하던 이념 공간에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된 것, 건국 후 채 2년이 안 된 시점에 공산 세력의 전복 적화 야욕을 분쇄해 나라가 보전된 것,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기적을 이뤄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우뚝 선 것. 이 모두가 체계적 노력의 결과이기보다는 무언가 신의 섭리가 작용한 기적이다.

 

 

그런데 그 축복 받은 기적의 나라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해 있다. 모두 크게 염려하고 있다. 다들 이건 아니라고 한다. 무언가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더 조직적인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위기의 내용과 심각성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 자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가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한다. 다들 하는 체만 한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그 누구도 진정성으로 국민을 감화시키지 않는다. 그러면서 내뱉어서 들리는 것은 요설(妖說)뿐이다.

 

 

오늘의 위기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 정치 지도자와 지성인의 책임이다. 어떻게 하면 나라를 지키고 번창시켜 국민이 잘살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이 나와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권력 쟁취와 개인 영달에 빠져 바른길을 애써 외면하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다. 작금의 정치는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라의 멸망을 가져온 조선 시대 사색 당쟁보다 더한 지경이다. 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가 분열을 선동하고 있다.

 

 

위기의 내용과 심각성을 그나마 인식하는 일부 지성인은 자족하며 엄중한 현실을 애써 외면한다. 사람은 사고에 따라 행동하고, 그 결과로 역사가 이뤄지기에 역사를 바꾸려면 구성원의 사고를 바꿔야 한다. 지도자와 국민의 사고를 바꾸는 일은 지성인의 책임이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을 갖게 된 지성인 중 나라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투사들처럼 작금의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된 사람이 있으면 한번 용감히 나서 보라.

 

 

정치인과 지성인들에게 다음 두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두 집단이 합심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화통일까지 도모하는 종북 주사파 세력의 준동을 차단하고 그 세력을 척결해 달라. 3대에 걸친 진짜 1인 독재국가인 북한에 대해 침묵을 넘어 찬양하는 것이 길거리에서 공공연히 연출되는 오늘의 현실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부끄러운 희극이다.

 

 

둘째, 정치인과 지성인이 역사·철학·문학·예술·과학이라는 교양을 몸에 지녀서, 일반 국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세계관과 종합적인 판단력으로 평소엔 나라를 반듯하게 이끌고, 나라가 위기에 처하는 순간엔 나라를 위해서 기꺼이 생명을 바칠 수 있는 기개(氣槪)를 보여 달라.

 

 

또 한 번의 ‘기적’이 절실한 지금, 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둘러싼 분란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글 / 문화일보 칼럼 / 최광 /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석좌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심수봉 / 무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