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중동 이후 제3의 前線은?
세계는 대만과 한반도 우려
아무리 美라도 동시 감당 힘든데
불행히도 세계는 전선 다변화中
이 와중에 野 대표는
또 한번 ‘더러운 평화’ 주장
美도 北도 그 주장 활용할 것
전 세계에서 강대국이 개입하는 군사적 충돌의 개연성과 가능성이 있는 곳은 4군데로 집약된다. 물론 아프리카 등지의 내전(內戰)은 제외하고 말이다. 첫째가 나토와 러시아 간의 유럽 전선(前線·front)이고 다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으로 대표되는 중동 분쟁이다. 세계 군사 전략가들이 꼽는 셋째 전선은 미·중 간의 군사력 시위가 빈발하는 대만해협이며 넷째가 한반도다.
유럽의 분쟁은 1년 반 전 우크라이나에서 터져 현재진행 중이고 중동의 분쟁은 엊그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격화일로에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제 아시아에서 제3의 전선이 터질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의 군사적 충돌은 새로운 화약고로 등장하고 있다. 한반도는 북한의 끊임없는 미사일 도발과 전쟁 준비로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이 4곳 무력 충돌의 중심에 미국이 있다. 모두 미국이 개입하거나 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팍스 아메리카나의 산물이다. 아니, 미국의 외교적 개입이나 군사적 지원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지도 않았거나 일찌감치 무너졌을 전선들이다. 나토 국가들은 아마도 러시아의 에너지 봉쇄를 견디어내지 못하고 우크라이나를 외면했을 것이다. 이 마당에 터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은 미국, 특히 바이든의 민주당 정부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내 아랍계와 이스라엘계 대립은 미국 정가를 강타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마저 뒤흔들고 있다.
문제는 아무리 미국이라도 여러 개의 전선을 동시에 감당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스스로 팍스 아메리카나 지위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동 전선이 터지자 제일 좌불안석에 빠진 쪽은 우크라이나다. 이제 세계의 눈동자는 중동으로 몰리고 우크라이나는 뒷전인 것처럼 처졌다. 세계나 미국의 주목이나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물리칠 길은 없다.
미국은 그들의 전선이 더 이상 여러 곳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차제에 하마스 박멸을 노리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만류에도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이 두 곳의 전선도 감당하기 버거운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에서 제3의 전선이 형성되는 것을 우려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바로 대만을 노리는 중국과의 충돌이다. 거기다가 미국이 여러 전선에 묶여 허덕이고 있는 것을 감지한 북한의 기회주의적 움직임도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은 뒤늦게나마 중국을 무마하기 위해 시진핑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나섰지만 제3세계는 미국의 약세를 부각시키는 중국의 외교적 놀이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
미국을 어느 한 전선에 묶어두는 전략은 구(舊)소련의 스탈린이 이미 써먹은 수법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 유엔 안보리는 미국의 재빠른 주도로 유엔군을 창설해 한국을 구했다. 그때 소련의 주유엔 대사(말리크)가 안보리에 참석해 거부권을 행사했더라면 유엔군 창설은 불가능했다. 소련은 왜 안보리에 불참했을까? 30년 후에 공개된 미 국무성의 자료에 의하면 스탈린은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 서기장에게 보낸 비밀 문서에서 ‘미국을 아시아에 묶어둠으로써 동유럽의 공산화가 보다 자유롭고 활성화하도록’ 하는 공작이었음을 토로했다. 스탈린으로서는 미국의 한국전 개입이 오히려 중국을 끌어들여 모택동의 세력 약화로 이어지길 바란 속셈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시선(視線)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것은 결코 한국에 이로울 수 없다. 미국 국방력의 약화와 국론의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세계는 지금 전선의 다변화의 길로 가고 있다. 북한은 그 틈새를 노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또 ‘더러운 평화’를 꺼내들었다.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이끄는 정당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 정권을 잡으면 이에 괴리감을 느낀 미국 역시 ‘너희가 더러운 평화가 좋다는데 우리가 왜 거기에 목을 매겠는가’라는 여론에 밀려 방위 조약의 전선을 이탈할 수도 있다. 북한의 리더십은 의당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더러운 평화’를 택하면 목숨(命)은 부지할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살아있는 목숨[生命]이 아니라 이미 죽은 목숨[死命]이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김대중 칼럼니스트
허성희 - 전우가 남긴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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