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니 모두가 감사입니다
옛날에 호랑이 한 마리가 먹이를 찾다가 깊은 웅덩이에 빠져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불쌍히 여겨 살려 주었습니다. 웅덩이에서 나온 호랑이가 입맛을 쩍쩍 다시더니 배고파 견딜 수 없다며 사람을 잡아먹겠다는 것입니다. 기가 막힌 사람은 너를 살려준 나를 잡아먹겠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설득했지만, 호랑이는 그건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너를 잡아 먹어야 되겠다며 덤벼들었습니다.
다급해진 사람은 그러면 물어보고 결정하자며 나무를 찾아갔습니다. 전후 사정을 다 듣고 난 나무는 잡아먹는 게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이란 걸핏하면 나무를 찍고 자르고 불에 던지곤 했는데 나라고 사람 편을 들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소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한참 생각하더니 잡아먹는 게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밭 갈고 짐 나르고 험한 일 시키다가 걸핏하면 도살장으로 끌고 가 때려죽이고 안창살 따로 떼고 안심살 따로 떼고, 갈비는 토막 내고….
마침 그때 토끼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토끼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토끼가 말만 들어선 잘 모르겠다며 당시 상황을 재연 해 보자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원위치인 웅덩이로 들어가고 사람은 웅덩이 가에서 있고…. 원위치로 돌아가자 토끼는 이대로가 좋겠다며 가버렸고, 사람 역시 웅덩이에 침을 뱉고 가던 길을 갔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은혜를 배신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자는 호랑이 신세처럼 다시 곤경에 빠지게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 호랑이같이 은혜를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삶이 더욱 피곤해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감사는 복이 오니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니까 복이 오는 것이지요.
강은일 / 비에 젖은 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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