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苦言)
대통령님! 국정 운영에 고민이 많으시지요? 초기 취임하실 때와는 달리 대통령님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함을 가끔 보며, 걱정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여 외람되게 몇 말씀 올립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경영자입니다. 어느 시대, 어떤 경영자든, 경영의 요체는 ‘기본’을 ‘원칙’에 따라 ‘사심 없이’ ‘담대하게’ ‘헌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입니다. 하여 여쭙습니다. 국무위원들과 국정을 논하실 때, 국가경영의 ‘기본’과 그 과정에서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를 검토하신 적이, 사심의 개입 여부를 스스로 고뇌한 적이 있으신지요?
국민은 지도자의 용기 있고, ‘담대한’ 모습을 기대합니다. 대통령은 국민을 받들어야 하나, 절대로 국민을 추종하는 사람 즉, 추종자가 되어서는 안 되고, 국민을 이끄는 사람 즉, 지도자가 되셔야 합니다. 기업의 경영자와는 달리 대통령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헌신’하는 직책입니다. 중대한 사안을 두고는 목숨까지 거시는 투사가 되십시오. 목숨을 거신다면, 못 하실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국정의 핵심 책임자들이 서로 공유하는 체계화된 국가 경영의 큰 틀과 반듯한 의제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몇 대 개혁 과제를 외치고 있으나 그 내용이 불충분하고 불분명합니다. 개혁 추진 주체가 적극적이지도 않고, 부처 간 역할 분담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최고 경영자인 대통령님의 책임입니다.
훌륭한 의제들을 설정하고 그 의제들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합당한 인재들을 등용하는 것이 대통령직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의제를 전제하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택하시고,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이 함께 최종적으로 의제 설정을 마무리하면, 총리와 장관이 각자의 의제를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대통령께서 매섭게 채찍질하셔야 합니다.
비상사태가 아니면 대통령께서 직접 전면에 나서지 마십시오. 국무위원들과 국사를 논하시고, 그들이 각자 맡은 과제의 시작과 마무리를 책임지도록 하십시오. 대변인 외에 대통령실의 어느 수석도 언론에 나가 정책을 논하게 하지 마십시오. 수석회의 장면이 아니고 국무회의 장면만 언론에 나가게 하십시오.
정치에서 오래된 논쟁 중의 하나는 “시대가 지도자를 만드느냐, 지도자가 시대를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관련 서적을 읽은 후 저의 결론은 “시대가 지도자를 만들고,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지도자들은 모두가 각기 자신의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인식하여 그 소명을 훌륭히 처리했기에,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님께서는 정권 교체라는 큰 위업을 달성하셨습니다. 그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체제 교체라는 또 다른 위업이 달성되지 않으면, 정권 교체는 빛이 바래집니다. 체제 교체가 대통령님에게 주어진 막중한 시대적 소명임을 명심하십시오.
체제 교체는 좌파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것이고, 좌파에 의해 훼손된 국가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체제 교체는 대통령님 재임 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닙니다. 1987년 체제 이후 지속적으로 국가 정체성이 파괴되어 왔으니, 그 완전 회복에는 참으로 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님께서 임기 중 체제 교체의 몇 가지 큰 초석을 놓으시길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님의 이념이 분명하고 확고부동해야 합니다.
취임사에서 ‘자유’를 강조하실 때 많은 우파들은 희열을 느꼈습니다. 우파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작은 정부 우회전 신호를 내시고, 큰 정부로 좌회전하시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어리둥절해하고 있습니다. 정책 방향에서나 인재 등용에서 이념을 분명히 하시고, 반듯한 체제 교체를 위해 총력 ‘헌신’해 주십시오.
글 / 조선일보 칼럼 / 최 광 대구대 석좌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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