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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가 꿈꾸는 ‘조국’은 어떤 모습인가

 

 

“선출직 관심 없다”던 조국
2심 징역 2년형 받고도 출마
과거의 그라면 하지 않았을 것
혁신은 나라가 아니라 본인부터

 

 

조국 대표가 서울대 교수 시절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정치 현안을 거침없이 얘기하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나름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당시에도 그의 정치 입문 여부가 세간의 관심사였다. 정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선출직은 관심 없다”고 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그의 말대로 임명직이었다.

 

 

그가 처음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은 안경환 초대 법무 장관 후보자가 상대 동의 없이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한 전력이 드러났을 때다. 조 대표가 안 후보자의 제자라는 개인적 인연 때문에 인사 검증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조 수석이 문 대통령도 모르게 안 후보자를 설득해 자진 사퇴시켰다”며 “나중에 보고받은 문 대통령이 ‘어떻게 상의도 없이 그럴 수 있느냐’며 역정을 냈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조 대표에게 상식이 살아있었다고 믿고 싶다. 그는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개인적으로 물어 오기도 했다. 언론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조 대표가 변한 것은 2019년 법무 장관 지명 이후다. 검증이 시작되면서 고교생 딸의 전문 의학 논문 제1저자 기재,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입시 비리 의혹이 터져 나왔다. 각종 불공정과 내로남불 언행이 드러나 35일 만에 법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조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장관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문 대통령이 2020년 총선에 출마하라고 했다. 특정 지역까지 말하면서 권했으나 당시에는 정말 생각이 없었다”고도 했다. 그때 출마했으면 그의 비리는 모두 덮였을 것이다.

 

 

이후 조 대표에게 벌어진 일은 알려진 대로다. 입시 비리,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2심까지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입시 비리로만 정경심 교수 3번, 조 대표 2번, 딸 조민씨 1번 등 일가족이 6번의 재판을 받았고, 모두 유죄였다. 재판부는 조씨 일가를 가리켜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했다. 그런데도 조 대표는 “비법률적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자기 이름을 딴 당을 만들고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비슷한 처지의 피고인, 피의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다. 국회의원직은 개인의 명예회복이나 복수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법학자인 조 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조 대표는 ‘윤 정권 조기 종식’ ‘임기 단축 개헌’을 주장한다. 아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한 일이 많다고 해도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정권을 뒤집자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일 뿐이다. 정말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조국당은 각종 비례대표 여론조사에서 25%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윤석열 비이재명’이 결집한 결과일 것이다. 조 대표의 당선은 확실해 보인다.

 

 

그가 당 이름을 조국혁신당이라고 지은 것은 우리나라를 혁신하겠다는 뜻일 테다. 조 대표가 만들고 싶은 나라는 어떤 모습인지 묻고 싶다. 불공정과 내로남불이 일상인 나라, 범죄자가 국회의원이 돼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주저앉히는 나라가 조 대표가 꿈꾸는 나라인가. 과거의 조 대표라면 아니라고 답했을 것이다. 혁신은 반성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조 대표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지금 본인의 모습에 만족하는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혁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 칼럼 / 황대진 논설위원

 

Lesiem / Justi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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