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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글

‘文대통령·尹 적폐 전쟁’에 이재명이 못 웃는 이유는?

by bluegull 2022. 2. 13.

    ‘文대통령·尹 적폐 전쟁’에
    이재명이 못 웃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에 ‘적폐 전쟁’이 벌어지면서 여야는 대선에서 득실을 따지기 분주하다. 당초 여권에선 윤 후보의 ‘전 정권 적폐 수사’ 발언이 호남과 친문 진영을 이재명 후보로 결집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윤 후보를 직접 공격하면서 대선이 ‘이재명 vs 윤석열’ 구도에서 ‘문재인 vs 윤석열’ 대결 구도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이재명 후보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문 정부에 대한 정권교체론이 부각될 수 있다. 여권이 기대했던 지지층 결집 효과보다 중도층의 이탈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후보로서는 문 대통령의 참전이 그저 달가울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윤석열 후보가 전날 “집권 시 전 정권 적폐 수사를 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윤 후보가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척 했단 말인지 대답하라”고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의 발언을 정면 비판하면서 사실상 대선 판에 참전한 것이다. 여권에서도 윤 후보에 대해 “정치보복 선언이다” “미쳤다” “뱃 속에 복수심이 가득하다”며 거센 비판을 퍼부었다. 이번 윤 후보 발언을 계기로 호남과 친문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해 판세 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였다. 그동안 이재명 후보에 대해 호남과 친문 일부에서는 적극적 지지를 보내지 않거나 비토하는 기류가 엿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윤 후보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서 문 대통령을 지키려면 이재명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여권 지지층에 강하게 보낸 것이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불법과 비리가 있으면 수사한다는 당연한 말을 한 것”이라며 “이것은 정치보복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도 전혀 사과할 일이 아니라며 “오히려 문 대통령의 대선 개입을 중단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초 “윤 후보가 안 해도 될 얘기를 해서 공연히 여권 지지층만 결집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대선판에 뛰어들어 ‘적폐 전쟁’을 시작하자 얼마든지 맞서 싸워볼 만하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울산 선거공작 사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이상직 의원 비리 등 대통령이나 여권과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한둘이 아닌만큼 이것만 부각시켜도 문 대통령의 논리를 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법과 적폐를 부각시키면 보수층 뿐 아니라 중도층 지지까지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재명 후보 대신 문 대통령을 선거의 전면에 내세워 선거 개입을 부각시키면 정권교체론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적폐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지는 않고 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높은 정권교체론을 피하기 위해 문 정부와 다소 차별화하면서 ‘이재명 정부’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문·윤 전쟁이 벌어지면서 국민 시선이 문 대통령에게 돌아갔고, 자신의 차별화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자신이 문재인 정부의 계승자로 비칠 경우 중도층이 이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지층 결집에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글 / 동아일보 칼럼 /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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