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一化’든 ‘安一化’든
단일화 놓치면 恨 될 것
대선 승부는
間髮의 票差로 결판난다
尹·安, 3월 9일 함께 웃을까
함께 울게 될까
3월 9일 자정 무렵이면
승세(勝勢)와 패색(敗色)이
뚜렷해질 것이다.
그때 각 후보는 어떤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게 될까.
선두를 다툰 윤석열·이재명 후보 중
한 사람만 승자 자리에 설 수 있다.
다른 한 사람은 침통한 얼굴로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사과할 것이고,
유권자들 가슴엔 후보 가슴보다
더 삭막한 바람이 불어갈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담담할 것 같다.
무슨 말을 할지도 짐작이 간다.
안철수 후보 속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
그가 승리할 확률은 무(無)다.
그렇다면 승패가 어떻게 갈릴 때
웃을 수 있을까.
누구나 패자가 되는 순간,
‘이 길 말고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에 된다.
다른 길이 있었다는 후회가
절실할수록 생살을 깎아내는
고통에 휩싸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게 지금 선택과
다른 선택이 있을까.
본인과 관련해서 대장동 의혹,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가족 간 대화에다
아내 문제까지 겹겹의
파도를 맞고 있다.
이 후보는 TV 토론에서 자신은
‘문재인 정권 후계자는
아니다’라고 했다.
문 정권의 실패 책임까지
걸머지진 않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문 대통령이 남긴
부채(負債) 상속은 떠맡기를
거부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친문(親文)
표(票)는 지켜야 한다.
이 딜레마는 반복되는
말 뒤집기와 부인(否認)과
사과(謝過)를 피스톤처럼
오가야 하는 이 후보의
원죄(原罪) 비슷하다.
다른 선택이 없다.
갈림길을 만나면
주저하고 망설인다.
한 길을 고르는 것은 다른 길을
포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앞에 갈림길이 놓여 있다.
설 직전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윤 후보가 이 후보를
5~10% 앞선 조사가 4건,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조사가 6건이었다.
갈림길에 서 있는 화살표(→)
표지판이 윤 후보를 더 갈피
잡기 어렵게 만드는 모양이다.
국민의힘 내부엔 자기네
힘만으로도 집권 가능하다는
자강파(自强派)가 있다.
그들은 앞으로 윤 후보 상승 흐름이
더 가팔라지리라고 표지판을
읽는 듯하다.
안철수 후보를
난로(煖爐) 정도로 여기고,
봄바람이 불어오니 난로 없이도
견딜 만하다고 한다.
그들은 윤석열 46% 이재명 38%로
나타난 지난 1~3일 여론조사
결과를 응원군(應援軍)으로 여긴다.
단일화론(單一化論)을 펴는 이들은,
여론조사 바탕에는 이재명
지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샤이(shy) 이재명’이
3%가량 얕게나마 깔려 있다면서
형세를 백중지세(伯仲之勢)로 본다.
단일화론자는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에 막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오세훈 서울 시장을 보라고 한다.
민주당이 180석을 장악한
국회에 맞서려면 단일화를 통해
정권 기반을 넓히고
승부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후보 지지도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가와
한 묶음으로 변화한다.
문 대통령 긍정 평가는
40%대 초반이다.
야당 후보는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 비율과 연동(連動)돼 오르내린다.
정권 교체 지지 비율은
50%대 중반이다.
최근 여당 표는 결집(結集)이
빨라지는 데 비해 윤 후보는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의
10% 이상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안철수 표다.
후보 단일화는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어떤 조건으로
흡수하느냐를 결정하는
1997년 김대중·김종필 유형과,
누가 후보가 되느냐를 결정하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유형이 있다.
1997년 DJ는 JP 지지 세력인
3~5%를 얻기 위해 후보 자리 말고는
모든 것을 내놨다.
양당 공동 정부 협약(協約)에서
JP는 완전한 갑(甲)이었다.
그러고도 이회창 후보를
1.5%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겼다.
2002년 노무현은 여론조사에서
번번이 정몽준에게 뒤졌는데도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받아들였다.
‘죽겠다고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즉생(死則生)’의 각오였다.
그때도 이회창 후보와 표차는
2.3%포인트였다.
대선은 간발(間髮) 승부다.
단일화 동력(動力)은 절박함이다.
윤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이번에는 철수(撤收)할 수 없다’는
절박한 처지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쪽이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라면
다른 쪽은 정치 생명에
대한 절박함이다.
‘윤(尹)으로 가는
윤일화(尹一化)’든
‘안(安)으로 가는
안일화(安一化)’든
단일화 열차를 놓치면
한(恨)이 될 것이다.
윤과 안은 3월 9일 혼자 웃기 어렵다.
함께 웃고 함께 울 수밖에 없는
보이지 않는 사슬로 묶여 있다.
햇볕 아래 눈사람처럼
녹아 사라지는 단일화 시간은
그들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강천석 논설고문
아이다 Aida, 개선행진곡 Triumphal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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