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나라 왕 이야기
왕이 바뀌면 거치는 살벌한 변화...
당하는 쪽은 지옥맛을 본다
“지금 내 가슴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바나나를
맛 보여주겠다는 열정으로
매우 뜨겁다."
새로 왕의 자리에 오른 원숭이가
호언장담을 했으나,
신비한 맛의 바나나는커녕
농사는 다 망치고,
돌림병까지 돌아서
원숭이 나라의 원심(猿心)은
매우 흉흉하다.
몇 년에 한 번씩
바나나 이파리를 던져서
새로 왕을 뽑고 있는데,
새로 뽑힌 왕의 일파들은
좋은 바나나 나무를 처지하고,
배부르게 먹고 즐기지만,
반대파 원숭이들은 쫓겨나고,
동굴에 갇히는 등,
많은 핍박을 받는다.
너무 분한 나머지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 일까지 생긴다.
현재의 원숭이 왕은
모든 원숭이를 가족처럼 잘 섬기고
광장에 나와서 같이 털도
함께 고르고 한다더니,
약속과는 달리 쳐박혀서
강아지들만 데리고 놀고 있다.
가끔 바나나 껍질을 한 장 들고
털레털레 나와 뭐라고
말 한마디 하고 들어갈 뿐이다.
새로 원숭이 왕을 뽑는
계절이 돌아왔다.
현재 원숭이 나라의 권세를
쥐고있는 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배부른 생활을 하기 위해서
갖은 연구를 다 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숭이들의
불만이 많아지고,
꽥꽥대는 소리로
숲속이 소란해지고,
심지어 저네 편을 공격하고
끌어내리는 일까지 발생하자,
궁여지책으로 법을 만들고 있다.
어떤 원숭이든 한 번 짖을
때는 10초 이상 짖으면 처벌한다.
또 짖는 소리가 유난히 거슬려도
처벌한다 등등이다.
이에 원숭이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네 마리 이상은 함께 밥도
못 먹게 하더니,
이제는 맘대로 짖지도
못하게 하는가.
새로 어떤 원숭이가
왕으로 뽑힐지는 모르나,
항상 암컷의 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어느 후보 원숭이는 과거에
교미했던 암컷을 부인했다
해서 정직성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그 암컷은 수컷의 생식기에
점이 있으니 이를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어떻게 거길 뒤져서
점을 찾아냈는지 아무튼
눈도 밝다고 모두 혀를 내두른다.
이웃의 고릴라 나라에서는 목하,
이쪽 원숭이들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다.
저들의 이익에도 상당히
관련이 많기 때문에,
여차하면 뒤에서 조정하고
관리한다는 소문이다.
원숭이 나라는 지금 골치가
아픈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돌림병으로 돌아다니지를
못하게 하니,
바나나 농사나 거래가
다 막혀서 아우성이다.
지휘부에서 바나나를 얻어다가
몇 개씩 나누어 준다고 하지만,
이것이 공짜가 아니다.
새끼 원숭이들이 나중에
다 갚아야 한다고 한다.
먹고사는 게 어려워지니,
생식 활동도 원활치 못해서,
새끼들이 늘지 않고 있다.
새끼를 많이 낳으면
공짜 바나나도 더 주고
우대한다고 하여도,
원숭이들은 지금 걱정이 태산인데
당신 같으면 교미가 잘 되겠는가
하면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누가 다음 차례 왕이
될는지 모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간 많은 게 아니다.
특히 반대편 세력이 왕이 되면,
보복과 자리바꿈 문제로
한동안 살벌할 것이다.
수백 마리가 죽어나가지
않겠느냐고 모두들
쉽게 예상하고 있다.
이런 혼란을 인간사회에서는
정권교체라고 부르지만,
때와 정도에 따라서 사화(士禍),
개혁(改革), 혁명(革命),
정변(政變) 등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원숭이 나라 학자들은 인간들은
과연 무엇을 놓고 싸우는지
연구를 해 본 적이 있다.
인간들도 ‘바나나 분배’ 문제로
누구 말이 옳으냐를 놓고 싸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인간들의 정쟁에 요즘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공평하게 나누어 먹어야 한다고
우기는 자가 수작을 부려서
혼자 배 터지게 먹다가
들키는 바람에,
모두가 어이없어 하는 잔혹
코미디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런 원숭이만도 못한 인간들도
저네 편끼리는 끔찍이도
털을 골라준다고 한다.
왕이 바뀌면 꼭 거쳐야 하는
이 살벌한 변화가
명칭은 달리 하지만,
아무튼 당하는 쪽은 지옥맛을
본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원숭이 나라도 몇 년간
쌓인 불만과 원성으로
큰 바람이 불 것 같은데,
어쩌면 이 바람을 ‘바나나 혁명’
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물론 인간 세상에서 일어났던
‘오렌지 혁명’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몇 년 전인가 인간 세계에서
‘촛불혁명’ 이라는 게
일어났다는데, 유모차까지
끌고나와 참여했던 애엄마들도
요즘 물어보면,
그때 왜 거기 나갔었는지 이유를
통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있다.
글 / 최보식의 언론 / 검비봉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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