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2021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전국 대학교수 880명 설문조사
교수들이 정의한 2021년 한국 사회는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교수신문>이 주관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라는 뜻으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된 걸 말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6개의 사자성어 중
2개씩 선정해 진행됐다.
묘서동처는 총 1천760표 가운데
514표(29.2%)를 받았다.
묘서동처는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추천위원단
중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가
추천한 사자성어다.
최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라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묘서동처를 지지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다양했으나,
여야 가릴 것 없이
“권력자들이 한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60대·사회)”와
같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 70대 인문학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이노행(狸奴行)」을 인용하며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겉모습만 다를 뿐,
공리보다는 사욕에
치우쳤다(60대·인문)”,
“현 난국은 여야,
진보와 보수 구별 없이
기득권층의 야합으로
나타난 것(50대·사회)”,
“범죄자를 잡아야 할 사람들이
범죄자를 두둔하고
옹호·변호하니 통탄할
노릇(60대·의약)”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
묘서동처를 선택한 교수들도 있었다.
이들은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40대·기타)”라거나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60대·사회)”이라고 평했다.
P.S.
‘묘서동처’는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舊唐書)』에 처음 등장한다.
한 지방 군인이 자신의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빠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의 상관은 그 쥐와 고양이를
임금에게 바쳤다.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지만,
한 관리만 “이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다”라며 한탄했다.
글 / 교수신문 / 윤정민 기자
Lesiem / Justi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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