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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

앨버트로스 이야기

by bluegull 2024. 12. 18.

앨버트로스 이야기

 

 

한 번 비행하면 1만6000㎞까지 날아… 골프 용어로도 쓰이죠

 

 

올해 74세인 바닷새 앨버트로스 암컷 ‘위즈덤(Wisdom·지혜라는 뜻)’이 최근 하와이 부근 번식지를 찾아와 짝을 짓고 알을 낳았대요.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야생 조류’라고 불리는 위즈덤은 해마다 이맘때 이곳을 찾아 번식을 해왔어요. 최근 몇 년 새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나타났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반가워하고 있대요. 위즈덤은 1956년 한 조류학자가 ‘Z333′이라는 식별 번호가 새겨진 인식표를 채워놔 지금까지 생존이 확인되고 있답니다. 당시 위즈덤은 알을 낳고 있었죠. 앨버트로스는 최소 다섯 살이 돼야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위즈덤의 나이를 추정한 거예요.

 

 

앨버트로스는 번식할 때 한 배에서 한 개의 알을 낳습니다. 위즈덤은 지금까지 60여 차례 번식했고, 최소 서른 마리의 새끼를 키워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답니다. 이렇게 놀라운 번식 능력을 보이는 앨버트로스는 날아다니는 새 중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해요. 인도양·대서양·태평양의 남쪽 지역, 그리고 태평양 북부에 있는 하와이 등을 터전 삼아 22종류가 살고 있어요. 몸집이 큰 개체는 두 날개를 활짝 펼친 너비가 3.5m나 된답니다.

 

 

앨버트로스는 장수하는 새로도 유명해요. 위즈덤만큼은 아니어도 평균 수명이 50살로 다른 새들보다 월등히 길어요. 앨버트로스의 한자 이름은 신천옹(信天翁)인데 ‘하늘을 믿고 따른다[信天]’는 말과 ‘나이 많은 노인[翁]’을 합친 거죠.

 

 

앨버트로스는 비행 실력도 아주 뛰어나답니다. 비행 한 번에 무려 1만6000㎞를 날아갔다는 기록이 있어요. 비행하다가 배가 고프면 수면에 내려앉아 물고기를 잡아먹고 다시 날아올라요. 이 같은 생활을 반복하면서 몇 년 동안 아예 뭍에 돌아오지 않기도 한대요.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려면 날 때 에너지 소비가 적어야겠죠? 실제로 앨버트로스는 바람을 활용해 힘을 들이지 않고 비행하는 능력이 탁월하대요. 바다에선 고도가 높은 곳일수록 바람이 세게 불고, 수면에 가까운 곳일수록 느리게 부는데요. 앨버트로스는 불규칙한 상승·하강 기류 변화에 맞춰 비행 방향을 지그재그로 바꾸거나 수면으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식으로 몸을 바람에 맡겨요. 실제로 창공을 나는 앨버트로스는 기류에 몸을 맡긴 채 날갯짓을 거의 하지 않아 글라이더를 보는 것 같죠. 앨버트로스는 대부분 동물과 달리 노화 현상도 거의 없어서 생김새만으론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대요.

 

 

앨버트로스는 골프 용어로도 많이 쓰여요. 한 홀에서 기준 타수보다 3타수 적은 스코어로 공을 홀에 넣는 것을 뜻합니다. 그 유래에 대해서는 1922년 영국과 미국 골프 대항전에서 기준 타수보다 3타 적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가 ‘환상의 새’ 앨버트로스를 떠올려 이름을 붙였다는 설, 3타 적은 스코어를 기록하려면 엄청나게 길게 공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멀리 높게 날 수 있는 새를 뜻하는 앨버트로스라고 지었다는 설 등이 있어요.

 

 

조선일보 칼럼 / 정지섭 기자

 


[뉴질랜드 여행-남섬]로열 앨버트로스/Royal Albatross Centre/Otago/Fort Taiar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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