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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글

악몽의 악몽의 악몽을 꾼다

by bluegull 2021. 10. 10.

    악몽의 악몽의 악몽을 꾼다 최저임금 인상, 거리두기… 자영업자에 지난 4년은 악몽 누구는 ‘화천대유’ 하고 수백 억 벌어 챙겼다는데…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드라마 제목에 빗대 말하자면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에게 지난 4년은 ‘악몽의 악몽의 악몽’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시작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성장의 결과로 소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소득을 인위적으로 올려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는 이 신묘한 이론을 이해할 리 없는 무지렁이 자영업자들은 어리둥절했다. 고통에 신음하자 ‘깨어 있는 시민’을 자처하는 분들께서 말씀하셨다. “최저 시급마저 줄 수 없는 한계 점포는 망해도 싸.” “직원 부리며 호의호식했으니 쓴맛도 봐야지.”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율이 선진국보다 높아.” 그래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계산적 본능에 따라 고용인원을 줄였고, 키오스크와 무인점포가 자리를 대신했으며, 가족끼리 오순도순 가게를 꾸려가는 일본과 서구식 운영방식도 터득하게 되었다. 눈떠보니 우리는 그렇게 선진국이 되었다. 1라운드에 흠씬 맞아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 코로나19가 덮쳤다.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이 시작됐다. 성냥갑 같은 대중교통은 여전히 만원인데 널찍한 식당과 카페, PC방마저 무조건 문을 닫으라는 이상한 방역 수칙에도 우리는 순순히 따랐다. 착한 백성이니까, 그래야 함께 안전할 수 있다니까. 코로나19는 1년 넘겨 곧 2년에 이른다. 고강도 거리두기는 스무 번 가까이 연장됐다. ‘오빠 한번 믿어봐’라는 어조로 “짧고 굵게”를 반복했던 대통령께서는 식언이 무색했던지 연예인 동반 뉴욕-하와이 출장길에 오르셨다. 빚으로 임대료 내고 빚으로 급여도 건네는 중이다. “개인 사정으로 잠시 쉽니다”라고 써붙인 김밥집은 몇 개월 지나 ‘잠시’라는 조건을 뗐고, 유리창에는 ‘폐업 정리’ 안내문이 붙었다. 중고업자와 철거업자들이 텅 빈 점포에 게슈타포처럼 들이닥쳤다. 저게 몇 개월 뒤 내 모습이 될 것이란 상상에 설렁탕집 주인은 등골이 오싹해진다. 마지막까지 고용을 유지한 주방 이모에게도 해고를 통지할 참이다. 1년 전 “상황 좋을 때 연락할게” 하며 미안스레 떠나보낸 알바는 아직 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는 양극화를 심화했다. 이런 시국에도 잘되는 점포는 있어 배달업체는 라이더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오징어 게임’에 밀려난 알바와 전직 사장님들은 오늘 밤에도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몰고 새 시대의 자영업자가 되어 아파트 초인종을 누른다. “배달왔습니다!” 지난 주말 쇼핑몰에서 주차관리 알바를 했던 친구가 말했다. “자동차가 많이 고급 대형으로 바뀌었더라. 코로나로 힘들다더니, 나만 힘들었던 건가 봐.” 악몽의 악몽의 악몽을 꾼다. 영업 손실을 만회해보겠다고 ‘빚투’한 주식은 마이너스 30%까지 곤두박질했고, 어제는 아파트 집주인이 계약 해지를 알렸다. 부랴부랴 집 보러 다녔더니 서울에 전세는 엄두도 못 내고, 수도권 외곽 아파트는 2년 전 매매 3억이 지금은 전세 4억으로 승격했다. “집 사면 후회한다”는 정부 말만 철석같이 믿은 바보들은 또다시 오징어가 되어 불판 위에 찌그러지는 중이다. 그 사이 누구는 시장님 잘 만나 화천대유하고 수백억 벌어 미국으로 튀었다는데, 우리는 진작 그런 ‘깨어 있는’ 진영에 끼지 못한 자신을 책망한다. 역시 돈은 먼저 깨어난 분들이 버는 것인가. 정신적으로 타락한 자영업 적폐들만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미몽에 헤맨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일해 벌겠다는 생각은 타락, 탈락, 꼰대가 되었다. 노력의 촉수를 다른 곳으로 뻗어야 ‘모히또에서 몰디브 마시는’ 화천대유한 인생이 보장된단다. 오늘의 모든 것이 꿈만 같아라. 대한민국 만세! 글 / 조선일보 칼럼 / 봉달호 편의점주·작가
    나훈아 - 테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