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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글

북한 포탄까지 구하는 러시아

by bluegull 2022. 9. 9.

    북한 김정은이 2015년 6월 공군 여성 파일럿들을 격려하며 기념 촬영을 했다. 배경은 미그-21기였다. 북한이 보유한 전투기 800여 대 가운데 150여 대로 가장 많은 기종이다. 생산된 지 60년이 넘었다. 800여 대 중에는 6·25 전쟁 때 미그-15, 미그-17기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전투기의 90%를 고철 덩어리로 본다. 최신예라는 미그-29기도 도입 시기가 1980년대다. 전투기뿐 아니라 북한 육·해·공군이 쓰는 거의 모든 재래식 무기의 원산지가 소련이다. 소련 해체 후 지원이 끊어지며 북한은 노후 무기 대국이 됐다. 소련 영향권 아래 있던 동유럽의 사정도 비슷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양측 모두 소련·러시아제로 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도 소련 무기가 있다. 1990년대 초반 소련과의 수교 때 제공한 차관을 러시아가 갚지 못하자 T-80U 전차, BMP-3 장갑차 등으로 현물 상환을 받았다. 이 탱크·장갑차로 편성된 기계화부대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탐낸다고 한다. 미국 백악관은 6일 “러시아가 북한제 로켓탄과 포탄 수백만발을 구매하려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 제재로 탄약 생산 보급에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가 북한 탄약을 사들이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확인한 것이다.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절박한지 보여준다”고 했다. 세계 2위 군사 대국이라는 러시아가 낡은 북한 무기까지 들여와야 할 정도로 다급하게 됐다. 개전 초기 푸틴 대통령은 “48시간이면 끝난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엉터리 작전 지휘와 훈련 부족으로 사상자가 치솟았다. 약 8만명으로 추측된다. 기갑부대 위주 전격전에서 포병 위주 화력전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군 전문가는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며 재래식 포탄과 다연장 로켓포탄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쓸 수 있는 규격 맞는 포탄이 가장 풍부한 곳이 북한”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이 북한 포탄을 들여올 경우 낭패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각종 포탄류는 전시에 대비해 탄약창에서 대량 보관하는데 너무 오래되면 불발탄이 나올 확률이 커진다”고 했다. 북한은 온도, 습도를 맞춘 대규모 보관 시설을 짓고 유지할 능력이 없다. 포탄 재생 작업도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북한이 쏜 장사정포탄 절반 이상이 바다에 떨어지거나 불발됐다. 비슷한 광경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이용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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