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수호 의무 저버린 배신
절 죽이지 마세요.
저는 빛을 보는 게 좋아요.
땅 밑을 보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부디 제 목숨을
거두지 말아주세요.
저를 불쌍히 여겨
자비를 베푸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인간으로 태어나 햇빛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저승엔 아무것도 없어요.
죽기를 바란다면
제정신이 아니지요.
그 어떤 고상한 죽음보다
비참한 삶이 더 나으니까요.
- 에우리피데스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중에서 -
강제 송환을 거부하며
몸부림치는 탈북 청년들의
사진을 보는데 가슴이 졸아든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짓밟히고
사지로 내동댕이쳐진 순간,
얼마나 무서웠을까.
북한 김정은의 답방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인신공양을 한 셈이다.
선상 살인을 저지른 조선족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한다’던 인권 변호사가
이끈 정부의 또 다른 얼굴이다.
트로이 정복에 나서려던 아가멤논은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쳐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신탁을 받는다.
좋은 상대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주겠다는 아버지의 거짓말에
속아 달려온 딸은 사실을 알고
살려달라고 울며 애원한다.
그러나 왕은 냉정히 죽음의 제단을
향해 딸의 등을 떠민다.
그가 원한 건 오직 전쟁 승리와
그것이 가져다줄 더 큰 권력이었다.
대통령은 영토와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를 진다.
헌법에 따르면 북한이 포함된
지역도 대한민국 땅이고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도
이 나라 국민이다.
따라서 해수부 공무원이
피살 위기에 처한 걸 알고도
방치한 뒤 월북 누명을 씌운 일도,
자유를 원해 귀순한 청년들을
묶어 강제 북송하고 살인자로
단정한 일도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않은 동일한
성격의 사건이다.
돌려보내라는 요구를
고분고분 따른 것이든,
요청도 없었는데
알아서 보낸 것이든
북한의 입맛을 먼저 배려한
결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믿음을 버리고
헌법 수호 의지를 포기했다며
현직 대통령을 파면했다.
적을 이롭게 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거듭 빼앗았다면,
그야말로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배신이 아니고 무엇일까.
글 / 조선일보 칼럼 / 김규나 소설가
Lara Fabian - Ada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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