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 한일 역전?
10여 년 전 일본에서
‘버블로 GO!’라는
코미디 영화가 히트를 쳤다.
1980년대 버블 시절에 대한 일본인의
추억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
심야 택시를 잡느라 만 엔짜리
돈다발을 흔드는 회사원,
가지도 않을 회사를 몇 군데 돌면서
면접비를 받아 유흥비로 탕진하는
대학생들이 등장한다.
80년대 당시 미국은 일본의
산업 경쟁력에 공포를 느끼며
일본 반도체 산업을 죽이고,
엔화 가치를 강제로 끌어올렸다.
엔화 강세 덕에 일본 국민소득은
2000년 세계 2위
(3만9173달러)까지 올라갔다.
당시 한국의 국민소득은 일본의
3분의1 수준(1만2263달러)이었다.
그 후 20년, 한국 소득이
3배(3만3801달러)로 뛰는 동안
일본은 마이너스 물가 탓에
고작 167달러 늘었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한국(4만3319달러·2020년 기준)이
일본(4만1775달러)을 이미 추월했다.
미국 명문 와튼스쿨과 마케팅
기업이 공동 조사한 ‘2022년
세계 국력 순위’에서 한국이 6위로
일본(8위)을 제쳤다.
국가의 민첩성, 기업가 정신 등
요소 10가지를 묶어 주관식 점수로
순위를 낸 것이다.
국력 쇠퇴는 일본인 스스로도
절감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최근 실시한
국력 평가 여론조사에서 일본인들은
정치력(강하다 5%, 약하다 58%),
군사력(강하다 9%, 약하다 50%),
외교력(강하다 5%, 약하다 61%) 등
모든 분야에서 국력이
쇠퇴했다고 자평한다.
한국의 성장과 일본의 쇠퇴는
디지털 전환기 적응 여부가
갈랐다는 평가가 많다.
반도체, 스마트폰, 5G 등
첨단 IT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
세계를 제패했던 일본 만화 산업은
IT 경쟁력을 앞세운 한국
웹툰에 무너지고 있다.
일본에서 만화 앱 이용률 1~2위를
한국 네이버·카카오
자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 선별 지원금 지급을
2주 만에 완료한 반면
일본은 전 국민에게 10만엔씩
똑같이 나눠주는 코로나 지원금
지급에도 6개월이나 걸렸다.
그렇다고 일본을 얕볼 순 없다.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3조1500억달러로
한국의 7배에 이른다.
한국이 고소득 월급쟁이라면
일본은 거액 자산가다.
일본은 100년 넘는
장수 기업을 3만3000곳,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중소기업을
1000곳 넘게 갖고 있다.
한국은 이제 겨우
자체 로켓을 개발했지만
일본은 소행성에 우주선을 보내
흙을 퍼 올 정도의
기술을 갖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기술 대국이다.
그 경쟁력을 얕보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김홍수 논설위원
Ayumi Ishida - Blue light Yokoh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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