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은 왜 "국회의원도 N분의 1 내라" 했나
이진숙은 왜 "국회의원도 N분의 1 내라" 했나
질 게 뻔한 탄핵을 줄줄이 밀어붙이며
친야 변호사만 골라 일감을 나눠줬다…
제 편 지갑 채워주는 좌파
이익 카르텔의 민낯을 드러냈다
탄핵소추 174일 만에 복귀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변호사 비용 수천만 원을 자기 돈으로 썼다고 밝혔다. 탄핵은 공직자 직무 관련 이슈니 부처 예산으로 대응했겠거니 여겼는데, 짐작이 빗나갔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순간 공직자에겐 모든 공적(公的) 지원이 끊어진다. 아무리 황당한 탄핵이더라도 직접 변호사를 고용해 개인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탄핵소추된 공직자 13명이 다 그렇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위원장 탄핵안은 애초부터 기각될 게 뻔했다. 요건도 안 맞는 정략적 목적임이 분명했으나, 탄핵소추를 밀어붙인 민주당에는 어떤 페널티도 없었다. 엉터리 소추에 따른 무고(誣告) 책임도, 국정 손실에 대한 배상 책임도 지지 않았다. 6개월간 방통위 업무를 마비시켜 놓고도 의원들은 세비 한 푼 깎인 게 없다. 이 위원장은 국회에 나와 “의원들이 (탄핵 비용을) N분의 1로 나눠 낸다면 줄탄핵이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만약 그리 했다면 그 많은 소추단에 다 들어가 있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가계가 휘청했을 것이다.
이 위원장은 개인 돈을 썼지만 국회 측은 세금 1억2000만원을 들여 변호사 6명을 고용했다. 그 면면이 화려했다. 이재명 대표 특보를 지냈고 이 대표 측근 김용씨 변호를 맡고 있는 임윤태 변호사, 문재인 정부 때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민변 회장 출신 장주영 변호사 등이 포진했다. 장주영 변호사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과 함께 설립한 법무법인 상록의 대표인데, 이곳엔 간첩 변호 전문으로 유명한 장경욱 변호사 등이 소속돼 있다. 되지도 않을 탄핵안을 강행하며 친야(親野) 변호사만 골라 일감을 안겨 주었다.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에서도 민주당은 민변 변호사를 주축으로 대리인단을 꾸렸다. 추미애 법무장관 사건과 ‘자통 간첩단’ 변호를 맡은 한택근 변호사, 한동훈 전 대표의 ‘유시민 계좌 추적’ 허위 사실을 유포했던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이다. 두 사람이 소속된 법무법인 양재는 민변 창립 멤버인 최병모 변호사,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몸담았던 대표적인 ‘민변 로펌’이다.
박성재 법무장관 탄핵은 문재인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이원구 변호사,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은 민주당 측 논리를 대변해 온 노희범 변호사 등이 선임됐다. 국민의힘 추천도 한두 명 끼워 넣었지만 대부분 친민주당 일색으로 변호인단을 채웠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은 ‘야당 전속 로펌’으로 통하는 LKB 등이 국회 측 대리 업무를 수임했다. LKB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조국 전 법무장관 재판 등 문 정권 관련 사건을 싹쓸이하며 급성장한 곳이다. 허위 사실 공표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가 ‘대법원 역전 무죄’로 기사회생하는 바람에 대장동 일당의 로비 의혹이 일었던 사건도 LKB가 변호를 맡았었다.
LKB의 설립자는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이자 친문·친노 성향으로 알려진 이광범 변호사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국회 소추단 공동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소추단의 최기상·박범계 의원도 ‘우리법’이고, 헌법재판소도 문형배·이미선·정계선 판사가 ‘우리법’ 출신이다. ‘우리법’ 국회가 소추하고, ‘우리법’ 변호사가 대리하고, ‘우리법’ 헌재가 심판하는 구조다. 정치와 사법을 장악한 좌파 카르텔의 정체가 탄핵 정국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국민 세금을 나눠 먹는 게 좌파 진영의 오랜 수법이다. 문 정권은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특조위·사참위 등을 꾸린 뒤 민변·노동계·운동권 인사들로 채워 넣었다. 그러고는 월급·활동비·용역비 명목으로 예산 720억원을 뿌렸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5·18 진상조사위 등도 만들어 좌파 인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밝혀낸 진상이라곤 뭐 하나 변변한 게 없었다.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세금 빼 먹는 ‘이익 공동체’의 실체만 노출시켰을 뿐이었다.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전패(全敗)’를 기록 중이다. 윤 정부 출범 후 29건을 시도해 강행 통과시킨 13건 중 지금까지 결정이 난 4건이 모두 기각으로 끝났다. 나머지도 대부분 기각될 게 뻔하다. 어차피 민주당도 소추 자체가 목적이니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도 줄탄핵을 남발하는 것은 어떤 비용도, 어떤 책임도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허위 고발하면 형법상 무고로 처벌받는다. 국회가 기각될 것을 뻔히 알면서 탄핵소추 했다면 딱 떨어지는 무고죄다. 일반인이 함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하면 상대방 소송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국회의원도 무리한 탄핵이 기각당하면 공직자의 변호사비 정도는 물어줘야 공정하다.
응분의 책임을 지운다면 ‘묻지 마 줄탄핵’은 절대 못 한다. 세금으로 자기 편 변호사 지갑 채워주는 일 따윈 감히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박정훈 논설실장
Lesiem / Justitia